단군신화와 홍익인간
고대 한국의 신앙은 하늘부모님을 모시고 공경해온 다양한 신화와 제의로 가득하다. 이러한 신앙은 한민족의 삶과 문화, 역사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특히 단군신화는 한민족의 건국신화로 고조선의 시조인 단군왕검의 기원이 하늘에 있음을 밝히는 천손사상을 담고 있다. 하늘부모님은 한(韓), 한(汗), 환(桓) 등으로 한민족의 기원신화, 고조선의 건국신화 속에 표현되고 있다. 대한민국(大韓民國) 국호와 한씨(韓氏)성의 기원도 그와 연관된다.
우주와 천지만물을 주재하는 지극히 크신 한 분 하늘신(한님, 하날님, 한울님) 환인의 아들 환웅(桓雄)은 인간 세상을 다스리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왔다. 환웅은 환인에게 천부인(天符印) 3개를 받아 3천의 무리를 이끌고 만주평원과 한반도를 잇는 태백산(지금의 태백산)의 신단수 아래에 신시를 세웠다. 환웅은 풍백, 우사, 운사를 거느리고 사람들에게 농업, 의학, 법률 등을 가르치며 홍익인간의 이념을 실천했다. 이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인류 보편의 메시지이자 모든 인류가 바라는 하늘부모님의 뜻으로, 고조선의 건국이념이자 한민족의 정신적 지표가 되었다.
어느 날 곰과 호랑이가 환웅을 찾아가 사람이 되고자 환웅에게 빌었는데 "신령한 쑥 한 타래와 마늘 20개를 주면서 이것을 먹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이후 곰은 여자의 몸이 되어 잠시 사람으로 변한 환웅과 결혼하여 단군왕검을 낳았다.
단군은 한민족의 시조로 홍익인간뿐 아니라, 세상을 이치로 교화한다는 재세이화, 도로써 세상을 다스린다는 이도여치, 밝은 빛으로 세상을 다스린다는 광명이세의 이념을 주장하였다. 단군은 이러한 평화이념을 중심하고 고조선을 다스려, 하늘부모님을 모시고 그 뜻에 따라 살아가며 모든 인류가 바라는 보편적 평화를 창조하는 한민족 비전의 상징이 되었다.
"우리 사람은 한 사람이요, 우리나라는 한 나라요, 우리 문화는 한 문화"(함석헌)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문화의 뼈대요 바탕에 하늘부모님 신앙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제주도 무속에서는 천지왕으로, 후대 유교, 불교, 도교가 들어온 뒤 제, 상제, 제석으로 바뀌어 불리기도 하였으나, 하나님(하늘부모님)에 대한 신앙은 한민족의 심성과 역사 속에서 몇천 년 동안 뿌리내려왔으며, 남을 위하는 착한 마음씨와 나라를 위하는 용기로 평화와 공존을 사랑하는 나라와 문화를 이루어왔다.
특히 한민족은 천손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기에 모두 다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한 같은 마음의 뿌리를 '한마음'이라고 하며, 그 마음의 뿌리가 '하나'이며 그것이 '하나님의 마음'이였다. 한국인의 정서에 깔려 있는 이러한 '한 마음'은 '하나됨', '유기체적 의식', 더 나아가 '공동체의식'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하나님의 마음과 연결된 '한마음'에 바탕을 둔 평화와 공존의 사상과 문화를 사랑하는 민족성은 하늘부모님께서 한반도에 하늘의 뜻과 일치된 인물을 보낼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해 나왔다.
마고신화와 바리공주신화
한민족의 신화 중에서 마고신화와 바리공주신화 등의 여성신화도 있다. 마고는 마고할미라고도 불리는 여신으로 여성의 창조적인 힘과 신성함으로 천지를 창조하였으며 자신의 힘을 무당에게 내려주고 승천하였다고 한다. 제주도에서는 마고신화와 유사한 설문대할망 신화가 내려오기도 한다. 이 신화에서 할머니는 크다는 뜻을 지닌 우리말 '한'과 생명의 뿌리를 뜻하는 '어머니'를 합쳐서 만든 말로 우주와 생명의 기원에 하늘어머니가 계셨음을 묘사해주고 있다.
바리공주는 한 왕의 일곱 번째 공주로 태어났으나 버려져 한 노부부의 딸로 자랐다. 어느 날 왕과 왕비가 죽을병에 걸렸는데 저승의 생명수를 먹으면 나을 수 있다고 하였다. 여섯 공주들은 모두 저승에 가기를 거부하지만 바리공주는 자신을 버린 부모를 구하기 위해 저승에 가서 생명수를 구해 부모를 살린다. 이후 바리공주는 하늘의 뜻과 땅위에 사람들을 소통하게 하는 무당의 조상이 되었다는 설화이다.
이러한 여성신화에서 여성신은 자연과 인간을 아우르며 생명의 근원에 있는 신적인 존재이며, 생명의 탄생을 관장하고 새 생명을 주면서 생로병사에 시달리는 인간의 한을 풀어주는 무당(여성 샤먼)으로 이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한민족은 남성중심의 신화라 할 수 있는 단군신화만 아니라 마고할미, 바리공주 등의 여성신화를 통해 단군신화를 중심한 아버지 하나님과 더불어 여성신화를 중심한 어머니 하나님을 동시에 드러냄으로써 신이 부모로서 위상을 갖출 수 있는 기대를 조성하여 왔다.
천제문화와 정화수
고대 문화는 종교적 제의를 중심으로 꽃피었기에, 한민족의 문화는 하늘부모님에게 제사를 지내는 의식을 중심한 천제 문화였다고 할 수 있었다. 하늘부모님에 대한 제사는 사람들을 하늘과 소통하게 하였을 뿐 아니라 고대사회에서 마을과 나라 단위로 한민족을 결속시키고 유지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민족의 고대 역사에서 고조선뿐 아니라 부여, 고구려, 가락, 신라 등 상고대 왕국의 시조왕들은 하늘에서 강림한 천손이자 지상 나라의 왕으로서 천제단을 쌓고 햇곡식과 맏가축의 제물과 북과 피리 등을 사용한 가무로 하늘에 대한 제사를 주관하였다.
또한 정화수를 바치는 의식도 고대로부터 가내에서 여성이 중심이 되어 하늘에 대한 경외심과 감사의 표시이자 정화의 의미로 행해졌다. 정화수는 맑은 우물물로, 이를 떠서 하늘에 바치며 기도하는 의식은 하늘의 신성함을 기리고 하늘에 인간의 소망을 전하는 중요한 제의였다.
이러한 의식은 한민족이 스스로를 천손민족, 즉 하늘의 자손이라는 뜻으로 믿고 있었고, 하늘의 뜻을 삶 속에서, 마을과 나라에서 실현하고자 하였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추수한 햇곡식과 맏물의 제물과 예술적 몸짓으로 하늘에 제사를 드리고 새벽 첫 의식으로 하늘에 인사를 올리며 하늘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전통을 가졌던 것이다. 이러한 사상은 단군신화와 여러 신화, 제사문화에서 잘 드러나며, 한민족은 하늘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믿음을 형성케 하여 왔다.
천문에 밝은 한민족과 첨성대
한민족은 자신의 근원인 하늘에 대한 관심이 많았으며 천문에 밝았다. 신라시대에 세워진 첨성대는 이러한 한민족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첨성대는 하늘의 별과 행성을 관측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당시 한국의 과학적 발전과 천문학적 관심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산이다. 뿐만 아니라 첨성대는 하늘을 숭배하고 하늘 뜻을 알고자 했던 종교적 의식의 장소였을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첨성대에는 하늘을 숭배하고 하늘의 움직임을 관찰하려는 신앙적 열망이 반영되어 있다. 이는 하늘부모님을 모시고 살면서 하늘부모님께 드리는 제사와 관련된 천문학적 지식을 쌓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였다. 이렇듯 한민족은 하늘과 인간과 땅(자연)을 우주를 구성하는 세 원리인 천지인 삼재로 여기고 하늘의 뜻과 자연의 이치를 파악하여 그에 순응하는 도덕적 이상의 삶을 추구하는 찬란한 문화를 형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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